<리더십>이경숙 숙명여대 (전)총장님에게 듣다.

추천 : 8  |  비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  2015-11-06 13:48

섬기는 리더십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 이경숙 숙명여대 (전)총장님

이경숙 전 숙대총장님을 사적인 자리에서 뵈었다. 이 총장님은 14년간(1994-2008) 숙대 총장에 재임하며 대학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리더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후 우리나라 여성최초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2008)을 맡았고,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2009-2013)을 역임해 많은 공로를 남겼다. 은퇴 후에도 이 총장님은 여전히 활발한 자문 활동과 강연으로 일정이 빽빽했다. 모처럼의 만남을 통해 좋은 말씀을 나누며, 특별히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았다.

 

*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숙대, 아산나눔재단 등 여러 곳에서 강연을 많이 하고 있죠. 주로 리더십과 인재양성에 관련된 특강이에요.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게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 길도 그렇게 여시는 것 같아요.

 

* 총장님이 숙대 총장이 되시고 난 후 처음 밥을 사셨던 분들이 학교 청소원 아주머니들이셨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총장이 되고서 첫 번째로 학교 청소원 아주머니들과 방호원 아저씨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죠. 내 비전을 제일 먼저 들은 것도 그분들이에요. 그전에는 노조투쟁을 하면 이분들이 앞장서서 머리에 띠를 둘렀어요. 이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밥만 사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이분들을 만나기 전에 80명 명단을 가져오라고 해서 이름을 외웠죠.

 

청소원 아주머니들이 총장이 자기들 이름을 다 외워서 불러주니까 놀라는 거예요. 관심을 보여주니까. 그러고 나서 전보다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해줘요. 그 식사 모임이 끝날 때, 교회 권사셨던 아주머니가 총장을 위해 기도해 주고 끝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름을 외우고 불러주는 일이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것도 리더십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들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영혼에 대한 귀한 생각이 있어야 되죠. 사람을 지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인격으로 보려는 거예요. 신앙적인 게 굉장히 크다고 봐요. 신앙관이 인생관, 가치관으로 연결되니까요.

 

* 사회나 어떤 조직이든 경쟁이 심해서 내 것을 챙기려는 경향이 많은데, 총장님은 재임하시면서 다른 대학 총장님들과 정보를 많이 공유하셨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나는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어요. 계산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요. 좋으면 좋아서 그냥 하는 건데, 아이디어가 있으면 줬어요. 그래서 다른 대학들도 득을 본 경우가 많지요. 내가 먼저 오픈하고 희생하고 주면, 대개는 다시 돌아와요.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고서는 다시 교제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자기들 정보도 주고, 이로운 일이 생기죠. 지나고 보니까 내가 희생하고 섬겨주면 되돌아오게 돼 있어요. 당장은 손해가 나는 것 같아도 손해가 아니에요. 결국 큰 것은 얻었고 작은 것만 잃었다고 생각돼요.

 

그런 면에서 우리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우리는 종갓집이라 대가족이 살았는데 사촌동생들, 친척들이 매일 들락날락했어요. 우리 어머니는 그거 다 뒤치다꺼리 하시고 당신 자식들만 챙길 수 없으니까 져줘라, 양보해라, 비교하지 마라, 시기질투하지 마라, 내 것만 챙기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이겨라, 잘해라하지 않으시고 늘 베푸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의 정신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종갓집 며느리로서 지혜롭게 리더십을 발휘하신 거죠.



* 한국교회에서도 리더십의 부재 문제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먼저 섬김의 자세가 중요해요. 군림하는 리더가 되니까 변질이 되는 거예요. 높아지기 시작하면 권력, 명예, 돈 앞에서 섬기는 리더가 되기 굉장히 힘들어요. 목회자들이 예수님을 닮지 않고 예수님의 자리에 앉아버리면 결정적으로 교회가 사양길로 가겠죠.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무릎 꿇고 낮아지려는 생각이 필요해요. “날 따르라가 아니라 생활로 보여줘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요. 리더십은 보고 배우는 게 참 중요하다고 봐요. 섬기는 리더십이라 해놓고 실제로 섬기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너나 잘해라고 말하죠. 구성원들이 적용할 수 있고 이의가 없는 리더십의 실제를 지도자가 보여줘야 해요.

 

그리고 리더의 역할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냥 섬김만 해서는 안 되고, 구성원들이 한 곳을 쳐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게 비전이죠. 그런데 리더가 비전을 아래 사람에게 만들어 올리라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최고책임자가 비전을 세워서 구심점을 만드는 역할을 해줘야죠. 그 능력이 없으면 그 자리에 합당치 않은 거예요.

 

소통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죠. 소통의 과정이 고단하더라도 리더는 각각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해요. 거기서 꼭 필요한 게 사심이 없는 거예요.

 

숙대 총장 초기에 동문의 후원을 받아 교문을 고치고 새 교문에 성경말씀을 새기기로 했어요. 숙대는 기독교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반발이 많았죠. 불교신자 동문이 내가 3억 줄 테니 불경을 써 놔라하기도 했어요. 그때 기도하면서 계속 설득작업을 했죠. 불교신자면서도 발언권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이 사람들이 다른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이어가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합의를 만들어낸 거죠. 그런 과정이 빠지면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기 힘들어요.


* 숙명여대 회고록  중에서

-기적처럼 해결된 도로 편입


학교 이과대 캠퍼스와 제2창학 캠퍼스가 하나로 합쳐지고 백주년기념관으로 향하는 지상 오솔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했다. 이 일을 떠올리니 감회가 남다르다. 수모도 당했고, 건강상 아주 힘든 고비도 넘겼지만 다 해결된 후에는 감사와 기쁨, 보람이 한층 컸다.

 

1994B지구 공원용지 해제를 위해 9개월간 혼신의 힘을 다하고 건강이 악화된 기억이 있어, 도로편입은 처음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그곳은 공원용지로 묶여있고 차량 통행로로 사용되는 데다 100년이나 된 길이기에 폐쇄하기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불가능하게 보였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아이디어, 많은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 나 자신을 올인해야 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제2창학캠퍼스에 깨끗한 건물이 들어설수록 도로변의 주위 쓰레기장은 미관상 마음에 걸렸다. 위생상 환경개선의 필요성도 더해갔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깊이 기도해야 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는 동시에, 한편으론 학교가 원하는 도로편입은 인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남아 주춤거려졌다. 결정을 미루다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결국 19994월 도로편입을 위한 2200평의 대체공원을 알아보라고 관재팀에 지시했다.

 

3일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공원용지로 살 수 있는 서초구 방배동의 한 수녀원 뒷동산을 찾았는데, 2208평이라는 것이다. 또다시 우리 숙대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놀라운 축복의 역사가 나타나는 신호탄이었다. 학교 예산으로 평당 50만원 총 11억원을 배정한 상태에서 땅주인과 만났는데 평당 200만원을 제시했다. 학교는 그 금액에 사지 못한다고 답했다. 매입액수가 상당히 차이나기도 했지만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면 순조롭게 다 풀리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 후, 집주인은 평당 100만원을 제시했고, 학교는 마찬가지로 반응했다. 보름 뒤 평당 50만원으로 거래가 확정되었다.

 

이제 행정 절차대로 해결의 수순을 밟는 일이 남아 있었다. 구의원, 시의원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어느 날은, 일어나던 중 현기증이 심해 중환자실로 실려가 MRI 촬영을 하며 검진을 받았고, 과로 판정이 나와 건강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행정관계는 무사히 처리돼 2000229일 도로 편입이 결정되었다.

 

법적 제도적 문제보다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 큰 고민이었다. 백주년기념관 뒤쪽에 있었던 아파트에 총장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도로편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일 시위를 벌였다. 하루는 용산구청에서 구청장과 구민들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1시간 이상 청문회 아닌 청문회를 당하고, 윽박지르는 주민대표들에게 지금과 같은 도로 모습의 청사진(지상캠퍼스/지하차도)을 제시하며 도로를 막지 않는다는 약속과 미관개선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온 일이 있다.

 

그런 곤란을 겪고 도로 편입은 원래 계획대로 마무리되었다. 지상지하 새 통로를 정리한 후인 2003년에는 동장들을 비롯해 당시 반대했던 주민대표들이 판단 잘못을 시인하며 사과해왔다. 사람들은 숙대 덕분에 동네가 더 좋아지고 깨끗해졌다는 말로 기쁨과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학교와 지역전체에 유익이 되도록 이루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 <청파골사람들2> 발췌

 

* 리더는 통찰력과 넓은 안목이 필요할 텐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리라 예측하십니까?


시대를 전망해 보면, 앞으로 IT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더 급격하게 변화할 거예요. 만물 인터넷 시대가 오리라 생각해요. 요즘도 사물 인터넷이라고 해서 물건에 센서를 달아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잖아요. 그런 영역이 확장돼서 만물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게 보편화되기 때문에 보안, 인지 과학, 인터넷, 바이오 분야 등이 굉장히 중요해질 거예요.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잘 부응하고 있지만 인성의 문제가 해결될 부분이 많아요. 차세대를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인격을 함양하고, 품성을 키우고, 리더십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죠. 그래서 리더십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여겨져요. 이러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건강한 자화상을 만들어가는 거죠. 말과 행동이 같고 일관성이 있는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어요. 신뢰할 수 있고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하지요.

 

이경숙 총장님은 신앙 안에서 자존감과 겸손은 티끌 같다고 말씀했다.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도 내세울 게 없다는 진리를 체험하며 하나님의 자녀로서, 부족한 자로서 맡은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 했다. 늘 기도하고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이 총장님의 말씀에 식지 않는 열정이 느껴진다.

 

  ( 글 정리 : 목사월드 김유신 기획이사)


이경숙 총장님이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의 일화이다. 이 총장님은 개혁 마인드로 재단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책 읽고 토론하기, 섬김 문화 확산, 효율적 경영, 소통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활동에 직원들은 무척 고단했지만, 노력의 성과가 나타남을 봄으로써 전직원이 마음을 모아 감사함을 전했다. 퇴임식을 마련하여 감회를 나누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엘리베이터 앞 도열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1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열해 환송하며, 직원들의 편지를 담은 앨범 두 개를 선물로 건넸다.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리더십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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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박사는 194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수석입학, 수석졸업한 후 미국 캔자스대학원,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과 비교정치학을 전공했다. 1976년부터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 1994년 총장 자리에 올랐다. 4선 총장으로 14년간 숙대를 이끌면서 CEO형 총장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후 숙대의 2창학을 선언하고 재임기간 학교발전기금 1000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미국 유학시절 크리스천이 된 그녀는 평범한 신자였다. 그의 변화는 총장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모두가 고개를 젓는 일을 추진하는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 밀려왔다. 많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새벽마다 교회(소망교회 권사)에 나갔다. 이제는 숨 쉬듯이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기독여성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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