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죽는순서 죽을준비

추천 : 0  |  비추천 : 0  작성자: 그레이스  |  2016-02-12 22:00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초상(初喪)을 보았고 그 중에서 20여 차례는 제가 직접 집례를 하여 장례식을 하였습니다. 돌아가신 분들 중에는 연세가 높으신 분들도 있지만 아직은...’ 하게 되는 나이의 사람들이 더 있었습니다. 흔히 하는 말들 중에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라고 하는데 과연 틀리지 않아서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아니한 부음을 듣고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식의 죽음을 맞이하여 망연자실한 부모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고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 질서속의 많은 순서속에서도 가장 잘 지켜져야 할 순서가 바로 죽는 순서라고도 할 것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을 볼 때마다 긴 탄식을 하게 됩니다.

 

태어나는 것이야 당사자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죽는 것에 대하여서는 전혀 그렇지 만은 않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재촉하는 모습들도 적잖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는 모습들입니다.


술과 담배를 과도히 하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또는 마약 같은 것과 친분을 쌓고 있거나 무리하게 힘든 일을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하면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이라든지 아주 위험한 행동을 마다치 않는 사람 그리고 자살을 한다든지 하는 것 등등입니다.

 

물론 그러한 중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내세웁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처자식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라고 하면서 피치 못하는 일들을 나열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또한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바로 그 처자식들-’을 생각하기에 스스로 추스르고 다스려야 할 일들이 많이 있고 무엇보다도 그렇듯 이것을 자신의 가장 앞선 삶의 지표로 삼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더욱 그러하여야 할 것입니다. 처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살면서 가정의 행복을 주관하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 자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부모님이나 혹은 그 중 한 분이라도 여전히 살아계신데 자식 된 나의 죽음을 보여드린다고 하는 것은 불효 중에서도 가장 큰 불효입니다. 그러므로 늘 자신의 건강을 잘 보전 하는 것으로 집안에 큰 슬픔을 안겨주는 일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뜻하지 않는 사고 같은 것들이 언제라도 호시탐탐 엄습의 기회를 노리고는 있지만, 그 역시 절제하고 자제하고 주의하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면 사전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습관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잘 못 된 습관이 불러일으키는 사고로 인한 절명(絶命)이 많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술 담배의 습관, 운전하는 습관 등등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여겨져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진 것들인데- 살다 보면 꼭 맞이하게 되는 순간 바로 아차-!!’ 하는 때에 이미 피할 길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자의 말처럼 천성을 이기는 것이 습관이기에 처음부터 잘 길들여 갖는 습관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합니다. 자신의 삶과 생명을 좌우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슨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까? 누구나 안 좋은 습관 하나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연 몸에 배어버린 습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미 나와 일체된-’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것들을 내어 버리자면 나의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것과도 같은 고통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절단과 단절의 칼을 들어 내리쳐야만 하여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모든 무섭고 해악한 일 중에서도 죽는 일보다 더한 것이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또 말 그대로 처자식들-’이 가장 귀한 것이라면 그래서 더욱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하여서는 악습에 길들여진 도 잘라내야 하고 도 뽑아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위하여서입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앞서 눈을 크게 뜨고 더 큰 행복을 찾고 바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에 그 동안 나 혼자 만을 즐겁게 하였던 내 작은 행복들을 다 팔아서 더 크고 아름다운 가정의 행복을 사는 것입니다. 허허. 예수님의 비유 말씀과 의미를 인용하였습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이라고 하는 우리말에는 무수한 뜻과 의미와 해석이 달릴 수밖에 없지만 우선은 무엇을 만들거나 이루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이라고 하는 설명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하여 그대로 따른다면 태어나는 일은 자신의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사는 일’ ‘죽는 일등은 어떻게든 어떠한 형태로이든 자신의 의지의 개입이 없을 수 없는 것이기에 사는 일에 열심과 혼신을 다하는 것처럼 죽는 일에 대하여서도 많은 생각과 계획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히-’ 꼭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준비하는 것에 많은 시간들을 들입니다. 출산준비, 입학준비, 취업준비, 결혼준비 등의 반복과 일상에서의 출퇴근준비, 외출준비, 소풍준비, 손님 맞을 준비... 비올까 우산준비 겨울이면 난방 준비... 수도 헤아릴 수 없는 각종 준비의 날들이 바로 인생여정이며 이러한 준비를 때마다 잊지 않고 잘 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며 예기치 않은 환난의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입니다.


죽음의 준비도 그러하여야 합니다. ‘죽는 일은 지금까지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말에 진저리치며 금기시 하여 왔지만 사실은 자연스러움과 더 하여 포근함으로 받아야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기 때문이며 그것이 성숙이고 평화이기에 드디어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well-dying 문화가 조심스럽게나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 가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한 일입니다.

 

-- “냉수 한 잔도 위아래가 있다.”는 언뜻 우스우면서도 깊은 의미를 함축한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사회에는 위계와 질서가 있어야 평안합니다. ‘위아래-’는 곧 순서이고 따라서 죽는 것도 순서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 보다 먼저 죽지 마시고 자녀들의 죽음을 보는 부모들이 되지 않기 위하여서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만 합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라는 말에 그저 맹종부복(盲從俯伏) 하여 그러려니 떠내려가는 사람이 되지 마시고 열심을 다하여 나의 삶의 지경안에서의 나의 순서를 지켜냄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로 하여금 오열과 통곡과 절망의 모양을 평생 가슴에 안고 때마다 여전한 안타까움으로 살을 저미는 듯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통한의 추억을 만들어주지 마십시오. ‘갈 때가 되어 갈 길을 가는-’ 모습으로 전별을 받는 우리 모두가 되십시다.

 

(- 설날 직전에 돌아가신 분의 입관예배를 집례하고 돌아와서- 과연 일상의 초상(初喪)’ 모습 속에서 다시 한 번 삶을 의미를 돌아보게 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khwmmk@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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