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봉서라는 이름

추천 : 2  |  비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  2016-08-30 14:39

구봉서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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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쩐지 나의 어릴 적 추억의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낯이 설고... ‘라고 하여야 하나? ‘선생님이라고? ‘어르신’...? 아무래도 그냥 자를 붙여서 구봉서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연대의 어른이시고 내가 좋아했던 분이시고 이제는 고인 되신 분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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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서님(이하 님)을 처음 본 것은... 물론 화면 속에서 이겠지만 영화 속에서였는지 TV화면으로였는지 가물가물 확실하질 않습니다. 아마도 TV 시대 전에 흑백영화들 속에서였을 것 같은데 님은 수 백편 영화에 출연을 하였지만 님을 이야기 할 때 늘 가장 많이 회자되어 나오곤 하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같은 영화 속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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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앞서 나와 크게 히트한 ‘5인의 해병후속편 격으로 1963년 이만희 감독이 당대의 스타 장동휘 최무룡을 간판으로 이대엽 독고성 등을 출연시켜 만든 전쟁영화인데 당시의 열악한 촬영 조건과 환경이 영화 속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을 세운 걸작입니다. 거기에 님이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와서 경직된 병영과 살벌한 전쟁 속에서 코믹한 감초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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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으면 누가 웃겨 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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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영화 속 전투 중 총에 맞아 동료들 품속에서 죽어 가면서 남긴 님의 이 대사가 한 마디가 영화 속에서의 그의 역할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님은 많은 영화에 출연하여 관객을 웃겨주었는데 특별히 남자식모가 생각납니다. 이제는 식모는 물론 식모라는 말도 없어졌습니다만 60년대 중후반 당시에 흔했던 여자 가정도우미 역을 남자인 님이 하면서 빨래하고 밥하고 장을 보는 등의 어울리지 않는 좌충우돌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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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서글한 미남얼굴이었던 님의 부음을 들으니 앞서 간 코미디언 1세대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배삼룡... 곽규석... 서영춘... 백금녀... 이기동... 박시명... 남철... 그리고 작년에 타계하신 남성남... 등등 그 시절 힘들고 어렵고 가난하고 그래서 고단했던 우리 사회에 많은 웃음을 주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는데... 들리는 바로는 이제 그 세대의 인물로는 송해님 정도만 남았다고 합니다. 송해님은 아직도 현역이시데-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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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TV시절- 그들의 코미디언 한 바탕을 엮어 보여주던 웃으면 복이 와요를 바라보면서 배꼽을 쥐고 웃었던 이들이 이미 환갑 진갑은 물론 칠순들도 지났고 당시 저의 동생뻘 정도로 기계충먹은 빡빡머리에 누렁코를 흘리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이들도 최소한 환갑 즈음이 되어 인생소회를 거듭하고 있을 것인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들 살아가시나... 하고 생각하면 그저 헛헛한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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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 모두는 돌아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렇다고 하여서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할 일은 아무데도 없다는 메시지를 님의 타계로 다시 한 번 받게 됩니다. 아무도 그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가 받은 시간을 주신 이의 뜻에 맞도록 멋지고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는가 하는 새삼스런 일깨움에 지금 이 시간 나의 삶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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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생전에 늘 연예인 선교에 힘쓰시고 예능교회의 설립을 주도하는 등 복음전파에도 앞장을 스셨으니 하늘나라에서도 그 상급이 클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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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로부터의 해방이후 우리나라 연예계의 흑백시대를 함께 이끌어 온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님이 님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셨군요... 여기에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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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서) 장로. 야속하오. 좀 더 함께 있지, 졸지에 이게 어쩐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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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살아생전 당신을 만날 수 없다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난 당신에게 내가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지 말문이 막히오. 외롭고 서럽소.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덧없고 무정하기만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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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장로. 우린 북에서 내려와 눈물 많고 다들 힘겹게 살던 시절에 악극을 하고 연극을 하며 만났지요. 당신은 시름을 웃음으로 달래주는 타고난 희극인으로 고달픔 한세상을 즐거운 웃음바다로 만들어주며 우리 영화 방송 예술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목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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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자’ ‘맹진사댁 경사’ ‘오인의 해병’ ‘웃으면 복이와요모두 지나간 꿈이었소. 우리 함께 성경을 한손에 쥐고 예능교회의 터를 닦았던 하용조 목사도 떠났고, 곽규석 목사, 곽정환 장로, 다들 떠나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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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오? 나를 두고 먼저 가니 외롭고 서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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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국에서 주님을 맞이하시니 한 세상 메고 다닌 험한 짐, 무거운 짐 다 벗어두고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근심걱정 없는 평화로운 천국에서 행복하게 사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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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잖아 우리 반갑게 다시 만납시다. 나의 사랑하는 구봉서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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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khwmm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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