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은 교황이 아니다.

추천 : 0  |  비추천 : 0  작성자: 관리자  |  2017-09-07 20:26

한국의 장로교단들은 대부분 9월에 총회를 개최한다. 9월 장로교 총회의 주요 안건은 각 교단마다 다르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차기 총회장을 뽑는 부총회장 선거에 있다. 장로교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합동 통합 등 교단의 경우 대게 4~5일간의 회무처리 일정이 잡혀있지만 첫날 또는 둘째 날에 부총회장 등 임원선거와 부서 인선이 끝나면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김빠진 총회로 끝나기 일쑤이다.


모든 초점이 총회장 선거에 맞춰지다 보니 과거에는 금권선거가 판을 쳤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 때문에 많이 달라졌다지만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야합과 은밀한 뒷거래, 지역 패권주의와 패거리 문화까지 일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장로교 뿐 아니라 모든 교단들마다 총회장을 뽑는 선거에 광풍이 부는 근본적인 이유는 총회장 1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과 권위를 부여하는 잘못된 정치제도에 있다고 본다. 사실 장로교 총회는 지역 노회에서 파송한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대표들이 일년에 한번 모여 여러 가지 신학적 신앙적 정책과 이슈들을 토의하고 중의를 모아 결정을 내리는 공교회적 기관에 불과하다. 여기서 총회장은 말 그대로 총회의 의사진행을 맡은 의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내로라하는 장로교단 총회장이 되면 그 상징성 뿐 아니라 실제적인 권위와 권한이 막강해 진다. 총회는 연중 계속해서 모일 수 없기 때문에 폐회 중에는 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데 그 임원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중심에 총회장이 서기 때문이다. 또한 임기동안 국내외에서 교단을 대표해 활동하고 각종 연합회와 선교단체의 공식 행사, 집회 등에 초청되어 누리는 특혜도 만만치 않다.


총회장이란 위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정도이다 보니 그 자리에 앉기 위해 재수는 물론 수년간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인사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이들이 부총회장에 입후보하며 열거하는 공약들을 보면 어떻게 1년 임기동안 그런 거창한 프로젝트들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정책과 사업들은 실질적으로 총무나 사무총장의 주도 하에 실행부서에서 연차적으로 할 일이지 총회 의장인 총회장이 직접 수행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4년 감독전임제를 시행하고 있는 감리교는 감독회장에게 집중된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의 폐해를 우려해 임기를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그런데 그런 감리교가 부러웠는지 통합측 총회에서 지난해 2년 총회장 전임제 헌의안이 상정돼 정치부와 기구개혁위원회에서 각각 연구한 끝에 올 총회에서 그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총회장 전임제에 대해서는 통합측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부는 총회장 전임제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기구개혁위원회는 2년 총회장 전임제가 장로교 전통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합과 합동측 총회장은 한국교회 그 어느 교단장 보다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통합과 합동측 현 총회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싹 무시하고 새로운 한국교회총연합회를 출범하는데 앞장선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또 다른 한국기독교연합까지 창립하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이 새 연합기구의 대표회장은 반드시 주요 교단의 현직 총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교회 장자교단의 총회장이면서 거대한 연합기구까지 한손에 거머쥐는 막강한 힘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돈과 온갖 정치적 결탁을 통해 총회장의 꿈을 이룬 후 한국 기독교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회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면 한국교회가 저절로 개혁되고 변화하겠는가. 부디 총회장과 교황을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기독교한국신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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