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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뭉게구름
조회 100 추천 0 비추천 0 2016-08-30 11:20 작성자 : 산골어부

파란하늘 뭉게구름

 

유난히- 그리고 극성스럽게 무덥던 2016년 여름날들이 이제는 정말 지나간 것인지...? 아직도 8월인데... 하면서 염려하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백 몇 년 만의 불볕더위라고 하던 불과 얼마 전의 날들이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말 갑작스레 선선한 기운이 감돌더니 그야말로 하루아침 만에 어유- 추워-” 가을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로서도 환갑을 넘겨 살고 있는 중에 이번처럼 하룻밤 사이에 무더운 여름 날씨에서 으슬으슬한 가을 날씨로 급작스럽게 전환되어진 경우는 처음입니다. 사람들은 더위가 물러간 것이라 판단하고 안도하는 것 같습니다만, 들리는 말로는 오는 주말 즈음부터는 다시 또 더워질 것이라고도 합니다. 지금의 이 선선함은 무슨 태풍이 지나가면서 대기 중 찬공기를 끌어내린 현상으로서 잠깐 머물 것이라고도 하는데- 틀려도 좋으니 이제는 그만 더위가 완전히 물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즈음에서 더욱 높아지고 파래진 하늘을 새삼스레 올려다보게 되는 이유는- 그동안에는 무더운 날씨로 인하여서 뜨거운 햇빛을 내리 쏘는 청청한 하늘을 일부러 올려다보기 싫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모처럼의 선선함에 힘입어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그렇게 된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일까요? 정말 가을 하늘의 정경이 하늘에 펼쳐져 있습니다. 새파란 높은 하늘- 거기에 뭉게뭉게 떠있는 하얀 구름들... 그래서 부채를 내려 놓고 옛 추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흰 구름 뭉게- 뭉게- 피는 하늘에--”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주의 발자취를 따름이- 어찌 즐거운 일 아닌가--”

 

저 어릴 적 여름성경학교 때에 교회에서 목이 터져라 불렀던 찬송가들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지만 고충이 많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아이들이 없어서입니다. 예전의 모습이 와글와글 성경학교였다면 지금은 - 성경학교라고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여름성경학교 행사가 자꾸만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다는 전언을 들을 때면 씁쓸한 마음이 됩니다.

 

벌써 반세기 전- 서울 하왕십리 꽃재교회 시절에 여름날들이 생각납니다. 그야말로 와글-와글-” 아이들이 모여서 경쟁이나 하듯 목청 높여 상기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교회 마당에 죽 둘러서 있던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성경말씀도 듣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곤 하였지요. 또 조별 대항으로 찬양, 장끼자랑 등을 하였는데 그때의 그 더운 김 올라오던-’ 얼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10살도 채 되기 전- 저 역시 김 빌립이라는 이름으로 된 성경학교 명찰을 달고서 선생님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34일이었습니다.

 

다람쥐처럼 아카시아 나무 위로 뽀르르 올라가서 타잔처럼 소리를 지르곤 하여서 선생님께 꾸중을 듣곤 하던 내 친구 아무개, 그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머리에 장식을 하고는 히히-” 웃던 여자아이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 하고 예쁘게 웃지 않고 히히-”하고 짓궂게 웃었을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마에 송송 배어진 땀방울들과 고무신을 한 짝씩 양손에 쥐고 고무줄놀이를 열심히 하던 모습들과는 과연 잘 어울리던 웃음소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요. 그렇게 하하 호호 히히- 하며 즐거운 한 바탕이 꽃재교회에 펼쳐졌고 건강한 웃음소리들이 마당에 가득하였으며 다 같이 함께 노래하며 근처 홍익동 골목길을 줄을 맞추어 씩씩하게 행진(!)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그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찬양으로 받으신 하나님께서 일부러 왕십리 하늘 위에 맞추어 조성하여 주신 것일까요- 과연 지금처럼 똑같이 눈부시게 파란 하늘 위에 새하얀 뭉게구름들이 하늘 높이 피어올랐던 모양이 떠오릅니다. 그렇듯 하늘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이 눈부시게 파랗고 그 시절 나의 모습도 파란 색이 분명하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색 바래고 빛바랜 초로(初老)가 되었구나... 색깔로 치자면... 회색... 잿빛...? ? 그래요. 그러나 여전히 이렇게 나름 건강한 모습으로 오늘 이 파란 하늘 밑에 서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저희 교회 역시 여름성경학교가 없습니다. 아마도 산골짜기 마을 교회라서 더욱 그렇겠지요. 성도들의 숫자도 적지만 아이들의 숫자는 더욱 적습니다. 또 중학생만 되면 도심으로 나가버리는 우리와 같은 시골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어서 나라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래서이겠지요. 아이를 셋 이상 낳으면 무슨무슨 혜택도 많고 또 청년들을 향하여 열심히 많이 낳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하지요. 허허.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의 산아제한 표어와 구호가 골목마다 넘쳐나던 때를 지내보았고 또 조금 있으니까 둘도 많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더니만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 또 아들선호 사상에 대하여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라든가... 하는 캠페인이 벌어지는 것도 보았고 예비군 훈련소에 가면 무조건 -뚝 잘려 나온다.”라는 말들과 정부에서 수돗물에 무슨 약을 넣어서 임신을 막는다더라 하는 어이없는 유언비어들도 진짜인 양 수준 높은 리얼리티를 가지고 수군수군 나돌았던 때도 지나보았습니다.

 

하늘이 높아져도 낮아져도- 파랗게 맑아도 잿빛으로 흐려도- 사람들은 그 아래서 여전히 와글- 와글- 우당---” 살아갑니다.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는데 넘어지기도 하지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가 하면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요... 저 파란 하늘의 새하얀 뭉게구름처럼 둥실- 둥실- 유유자적 살아갈 순 없는 것일까... 허허. 모처럼 선선함을 한껏 몸과 마음으로 받으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저 높고 푸른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게 됩니다. 마음의 횡설수설도 같이 하면서...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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