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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총과 자유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특별히 가톨릭 신학이 제기하는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과 관련되어) 유익한(구원
적) 행위를 할 때 정말로 자유로우며, 그래서 그런 유익한 행위를 하도록 제공
되는 은총을 거절할 수 있으면서도 이와 동시적으로 유익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은총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견지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은총은 단순히 인간이 거기에 동의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동의 자체도 자유로이 주시는 하나님
의 은총에 의해서 주어진다.  하나님께서도 바로 이같은 실효(efficacious) 
은총을 거부하실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죄를 지을 경우 인간에게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어떠한 경우라도 인간은 (구원에) 유익한 행위를 충족(
sufficient) 은총을 통해서만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서의 증언을 보지 않더라도, 인간의 자유와 하나님의 절대 전능과 은총
의 관계는 구체적 상황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인간은 구원 문제에 있
어서조차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 행
위를 행할 때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바로 이런 행위를 하도록 힘주시는 이는 바
로 하나님이심을 스스로 시인해야 한다. (가톨릭) 신학은 이 문제를 충분하게 
이론적으로 전개하여 형식적으로는 하나님의 행위와 (선악의 행위를 다 포괄하
는)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와의 관계로 표현한다.
     은총과 자유의 관계에 대한 문제 해결의 올바른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1)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신비롭다.  하나님께서 신비 
바로 그 자체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모든 논란은 변증법적으로만
진행될 수 있다.  곧 유비적 언어의 본성 자체가 안고 있는 이중적 언표의 긴장
속에서만 가능하다.
     (2)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인과
관계와는 정반대의 특성을 띤다.  즉 자율과 의존성이 반비례가 아니라 정비례
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참된 차이를 설정하면서도, 독자적이요 그 
자체의 것인 바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인과작용이다.
     이같은 초월적이요 비범주적인(개념화 불가능한) 유형의 관계는 결국 하나
님과 자유로운 행위 자체(예컨대 인간) 사이의 관계에 이르고 만다.  하나님에
게서 발원되는 자유행위의 초월적 기원이 바로 그 행위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
며, 그 행위의 책임을 피조물(자유 주체) 자신에게 돌린다.  그 진정한 의미에
서 보면 이같은 궁극적 창조-사실 창조의 이념은 여기서 마침내 완전히 실현된
다-는 하나님과 자유 피조물의 공존이라는 신비(비의)이다.  그리고 우리로서
는 이에 대해 더 이상 분석해 들어갈 수 없다.